입관실에서 장례지도사가 마지막으로 넣어 드릴 물건이 있는지 물으면, 가족 가운데 누군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승 가시는 길에 쓰시라는 노잣돈입니다. 막상 손에 쥐고 나면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동전도 되는지, 화장할 때 같이 넣어도 괜찮은지 망설여집니다. 집안 어른마다 말씀이 달라 형제끼리 의견이 갈리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노잣돈의 뜻과 유래, 예전 장례에서 노잣돈을 쓰던 자리, 요즘 장례식장에서 노잣돈을 챙기는 방법과 조심할 점을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노잣돈 뜻과 유래
노잣돈은 한자로 길 로(路)와 재물 자(資)를 쓴 노자(路資)에 돈이 붙은 말입니다. 본래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여비를 뜻했습니다. 장례에서는 고인이 이승을 떠나 저승까지 가는 길에 쓰시라고 드리는 돈을 가리킵니다. 죽음을 먼 길을 떠나는 일로 보았던 옛사람들의 생각이 이 말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노잣돈은 금액보다 가는 길이 편안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의미가 큽니다.
저승길에 노자가 필요하다고 본 이유
민간에서는 고인이 저승으로 가는 동안 저승사자를 따라 강을 건너고 여러 관문을 지난다고 믿었습니다. 그 길에서 뱃삯을 치르거나 길을 안내하는 저승사자를 대접하려면 돈이 든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지역과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집니다. 공통점은 고인이 빈손으로 떠나시지 않게 하려는 마음입니다. 오늘날 장례에서 노잣돈을 챙기는 가족들도 대부분 이 마음으로 봉투를 준비합니다.
반함과 노잣돈의 관계
전통 장례의 습(襲) 절차 뒤에는 반함(飯含)이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장사정보마당은 반함을 고인의 입에 불린 쌀과 엽전 혹은 구슬을 물려 입안을 채우는 일로 설명합니다. 쌀은 저승길의 양식, 엽전은 노잣돈의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에는 불린 쌀로만 반함을 합니다. 엽전을 입에 물리던 풍습이 지금은 관 속에 지폐를 넣는 방식으로 바뀐 셈입니다.
핵심 포인트
노잣돈은 먼 길 가는 여비라는 뜻의 노자에서 나온 말입니다
장례에서는 고인이 저승 가는 길에 쓰시라고 드리는 돈입니다
예전에는 반함 때 엽전을 물렸고, 지금은 쌀로만 반함합니다
예전 장례에서 노잣돈을 쓰던 자리
노잣돈은 한 번만 드리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전통 장례에서는 입관부터 발인, 상여가 묘지에 닿을 때까지 여러 자리에서 돈이 오갔습니다. 어떤 돈은 고인께 드리는 것이었고, 어떤 돈은 상여를 메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수고비 성격이 강했습니다. 지금 장례식장에서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시골 장례나 집안 어른들 이야기에서 여전히 듣게 되는 장면들입니다. 아래 표에 자리별로 정리했습니다.
| 자리 | 노잣돈을 드리던 방식 | 지금 모습 |
|---|---|---|
| 반함 | 고인의 입에 불린 쌀과 함께 엽전이나 구슬을 물림 | 불린 쌀로만 진행 |
| 입관 | 수의 주머니나 관 속에 돈을 넣음 | 관 속에 지폐 봉투를 넣는 집이 많음 |
| 노제 | 상여가 집이나 마을을 떠나기 전 상여 줄에 돈을 꽂음 | 운구차 이용으로 대부분 사라짐 |
| 상여 행렬 | 상여꾼이 다리나 고개에서 멈추면 상주가 돈을 건넴 | 일부 시골 장례에서만 남음 |
상여에 꽂던 노잣돈
상여로 운구하던 시절에는 노제를 지낸 뒤 상주와 친척, 조문객이 상여 줄에 지폐를 끼워 넣었습니다. 상여를 메는 상여꾼들은 개울이나 고갯길에서 일부러 걸음을 멈추고 노잣돈을 청하는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돈은 고인의 저승길 노자라는 명분으로 걷혔지만, 실제로는 상여꾼들의 수고비와 음식값으로 쓰였습니다. 운구차가 상여를 대신하면서 이 장면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노잣돈 풍습
노잣돈을 드리는 방식은 지역과 집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어떤 집은 입관 때 맏상주가 대표로 한 번만 넣고, 어떤 집은 자녀와 손주가 한 명씩 돌아가며 조금씩 넣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지갑에 돈을 넣어 함께 모시는 집도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 옳다고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가족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고르면 됩니다.
요즘 장례식장에서 노잣돈 챙기는 방법
요즘 노잣돈은 대부분 입관할 때 드립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보통 둘째 날 입관을 진행하고, 장례지도사가 염습을 마친 뒤 가족을 입관실로 부릅니다. 이때 마지막 인사를 드리면서 편지나 사진과 함께 노잣돈을 관 속에 넣을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입관 직전에 장례지도사에게 말하면 넣을 시간을 줍니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첫날 밤에 가족끼리 누가 얼마를 넣을지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끼리 방식 정하기
대표 한 사람이 넣을지, 자녀와 손주가 각자 넣을지 첫날에 정합니다
봉투 준비하기
흰 봉투에 지폐를 넣고, 원하면 겉에 짧은 인사말을 적습니다
장례지도사에게 미리 알리기
관에 넣을 물건이 있다고 입관 전에 말해 두면 순서를 잡아 줍니다
입관 때 넣어 드리기
마지막 인사를 드린 뒤 수의 위나 고인 손 옆에 봉투를 놓습니다
노잣돈 금액을 정하는 기준
노잣돈 금액에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상징적인 뜻이 크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만 원권 몇 장을 넣는 경우가 흔하고, 고인이 좋아하시던 숫자나 나이에 맞춰 넣는 집도 있습니다. 홀수를 길하게 여기는 관습을 따라 3장이나 5장으로 맞추기도 합니다. 금액이 크다고 정성이 더 큰 것은 아니니 형편에 맞게 정하시면 됩니다. 형제간에 금액 차이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폐와 동전 중 무엇을 넣을까
요즘은 대부분 지폐를 넣습니다. 동전은 금속이라 화장할 때 타지 않고 남기 때문에 화장시설에 따라 관에 넣지 말라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예전 엽전의 뜻을 살리고 싶다면 동전은 관 속에 넣지 말고 사진이나 편지와 함께 따로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매장을 할 때는 동전을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사 방법에 따라 다르므로 장례지도사에게 먼저 물어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실용 팁
노잣돈 봉투 겉면에 "가시는 길 편안하세요"처럼 짧은 인사를 적어 두면 따로 편지를 쓰지 못한 가족도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손주들이 직접 쓴 한 줄을 함께 넣는 집도 많습니다.
화장할 때 노잣돈과 함께 넣으면 안 되는 물건
화장을 하는 경우에는 관 속에 넣는 물건을 조심해야 합니다. 화장로에서 타지 않거나 터질 수 있는 물건은 유골 수습을 어렵게 하고 설비를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화장시설이 관 속 부장품을 제한하고, 장례지도사도 입관 때 이 점을 미리 안내합니다. 지폐와 종이 편지, 천으로 된 옷은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반대로 아래 물건은 넣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동전, 반지, 시계, 안경테처럼 금속이 들어간 물건
휴대전화, 보청기처럼 배터리가 든 전자제품
유리병, 액자 유리, 도자기
비닐이나 합성수지로 만든 두꺼운 물건
꼭 확인하세요
화장시설마다 관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의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노잣돈 외에 고인이 아끼던 물건을 함께 넣고 싶다면 입관 전에 장례지도사에게 목록을 보여 주고 넣어도 되는지 확인하세요. 넣지 못하는 물건은 사진으로 남기거나 유품으로 따로 모시면 됩니다.
넣지 못한 물건은 어떻게 할까
고인이 늘 끼던 반지나 아끼던 시계를 관에 넣지 못해 서운해하는 가족이 많습니다. 이런 물건은 영정 옆에 두었다가 장례가 끝난 뒤 유품으로 나눠 갖는 방법이 있습니다. 봉안당에 모신다면 안치단에 작은 소품으로 함께 모시는 집도 있습니다. 노잣돈을 넣지 못했다면 발인 전 마지막 제사에서 따로 올려 드려도 됩니다. 정해진 방식보다 가족이 마음을 전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잣돈을 둘러싼 여러 의견
노잣돈은 종교와 집안 분위기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기독교 가정에서는 저승길 노자라는 생각이 신앙과 맞지 않는다고 보고 노잣돈을 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교 가정에서는 노잣돈 대신 염주나 경전을 넣거나, 49재 때 공양으로 마음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집안 어른이 노잣돈을 꼭 챙겨야 한다고 하시면 형제 중 한 사람이 대표로 넣어 드리는 것으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고인을 보내 드리는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노잣돈과 부의금은 다른 돈입니다
노잣돈과 부의금을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의금은 조문객이 유가족의 장례비 부담을 덜어 주려고 건네는 돈이고, 노잣돈은 가족이 고인께 드리는 돈입니다. 그래서 조문객이 노잣돈을 따로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주 가까운 친척이 입관에 함께 들어가 직접 넣어 드리고 싶어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이때는 상주가 함께 넣을 수 있게 자리를 내어 드리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