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큰아들을 먼저 보낸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상속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큰며느리와 손주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꼭 나옵니다. 고인 입장에서는 자식을 먼저 잃었지만, 그 자식의 가족까지 상속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이런 경우 먼저 떠난 상속인의 자리를 그 배우자와 자녀가 이어받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습상속의 뜻과 요건, 누가 받는지, 상속분은 어떻게 나누는지, 빚이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대습상속 뜻과 요건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 자격을 잃었을 때, 그 사람의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대신 상속인이 되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1001조와 제1003조 제2항에 근거가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떠난 상속인을 피대습자, 그 자리를 이어받는 사람을 대습상속인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면 손주가 아버지 몫을 대신 받는 구조입니다.
대습상속이 생기는 두 가지 경우
먼저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될 자녀나 형제자매가 고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상속 결격된 경우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법이 정한 잘못으로 상속 자격을 잃었을 때
같은 사고로 함께 돌아가신 경우
부모와 자녀가 같은 사고로 함께 세상을 떠나 누가 먼저인지 알 수 없으면 민법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경우에도 대법원은 자녀의 배우자와 자녀가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떠났다는 이유로 남은 가족이 상속에서 빠지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사고로 여러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면 법률 상담을 먼저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대습상속인이 되는 사람
대습상속을 받는 사람은 먼저 떠난 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입니다. 자녀와 손자녀가 직계비속에 해당하고, 배우자는 며느리나 사위를 말합니다. 피대습자가 고인의 자녀인지 형제자매인지에 따라 대신 받는 사람이 아래처럼 달라집니다.
| 먼저 떠난 상속인 | 대신 받는 사람 | 설명 |
|---|---|---|
| 아들 | 며느리, 손자녀 | 둘이 함께 아들 몫을 나눕니다 |
| 딸 | 사위, 외손자녀 | 아들과 같은 방식으로 나눕니다 |
| 자녀와 손자녀 모두 | 증손자녀 | 대를 내려가며 이어받습니다 |
| 형제자매 | 조카, 형제자매의 배우자 |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될 때만 해당합니다 |
며느리와 사위도 상속인이 됩니다
많은 분이 놀라는 부분이 며느리나 사위도 대습상속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1003조 제2항은 먼저 떠난 상속인의 배우자가 그 직계비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이 없으면 혼자 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자녀 없이 남편을 먼저 보낸 며느리도 시부모가 돌아가시면 남편 몫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재혼했다면 인척 관계가 끝나 대습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핵심 포인트
대습상속은 먼저 떠난 상속인의 자리를 이어받는 제도입니다
손자녀와 함께 며느리, 사위도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받는 몫은 먼저 떠난 상속인이 받았을 몫과 같습니다
대습상속분 계산 예시
대습상속인이 받는 몫은 먼저 떠난 상속인이 살아 있었다면 받았을 몫과 같습니다(민법 제1010조). 그 몫을 대습상속인들이 다시 법정상속분 비율대로 나눕니다. 법정상속분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각각 1의 비율입니다. 숫자로 따라가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가족 구성 확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할머니, 큰아들, 작은아들이 있습니다. 큰아들은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났고 큰며느리와 손자 한 명이 있습니다.
1차 나누기
할머니 1.5, 큰아들 1, 작은아들 1의 비율이라 할머니 7분의 3, 큰아들 몫 7분의 2, 작은아들 7분의 2가 됩니다.
큰아들 몫 다시 나누기
큰아들 몫 7분의 2를 큰며느리 1.5, 손자 1의 비율로 나눕니다.
최종 몫
큰며느리 35분의 6, 손자 35분의 4가 되고, 할머니와 작은아들의 몫은 그대로입니다.
💡 실용 팁
법정상속분은 가족끼리 합의가 안 될 때 쓰는 기준입니다. 상속인 모두가 동의하면 상속재산 분할협의서로 다르게 나눌 수 있고, 이때 대습상속인도 반드시 협의에 참여해 서명해야 합니다. 손자가 미성년자라면 법원에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와 대습상속의 관계
대습상속이 생기는 이유는 민법이 정한 사망과 결격 두 가지뿐입니다. 살아 있는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해서 그 자녀의 자녀가 대신 상속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 가운데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 혼자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포기와 대습상속을 헷갈려 손주들까지 불필요하게 포기 절차를 밟는 일이 줄어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꼭 확인하세요
대습상속인은 재산뿐 아니라 빚도 함께 물려받습니다. 고인의 빚이 더 많다면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합니다. 대습상속인은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늦게 아는 경우가 많으니 부고를 받는 즉시 재산과 빚을 확인하세요.
고인의 재산과 빚을 확인하는 방법
행정안전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인 명의의 예금, 보험, 대출, 토지, 자동차 같은 재산과 빚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사망신고를 할 때 함께 신청하거나 주민센터, 정부24에서 따로 신청하면 됩니다. 대습상속인도 상속인이므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회 결과를 보고 상속받을지, 포기할지, 한정승인을 할지 정하시면 됩니다.
대습상속에서 자주 생기는 갈등
대습상속은 가족 관계가 한 단계 멀어진 상태에서 일어나다 보니 서로 연락이 뜸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남은 형제들이 며느리나 손주에게 알리지 않고 분할을 마치려 하다가 분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상속재산 분할은 상속인 모두가 참여해야 효력이 있으니 대습상속인을 빼고 한 협의는 다시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며 마음이 상한 일이 있더라도 상속 절차는 모든 상속인에게 알리고 함께 진행하는 것이 결국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